• 반도체 부족 현상 속 판치는 유사품 … 시피유 구매도 정품 확인 필요해
    등록일 2021.08.20 | 조회수 151
  • 유독 올해는 PC 업계를 울리고 웃기는 한 해가 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코로나19 이슈가 지속되면서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은 임시방편이 아닌 전 지구적으로 영구적인 체계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PC의 수요가 폭발했다. 한 때 사양산업 취급까지 받던 데스크톱 PC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생산 이슈가 발목을 잡는다.



    올 초부터 가장 화두가 된 것은 누가 뭐래도 그래픽카드다. 엔비디아의 RTX 30 시리즈가 야심 차게 출시됐지만 코로나 이후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 통화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채굴장으로 죄다 끌려가 버린 것. 3090은 아예 구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됐고, 3070, 3080 역시 품귀 현상을 빚는 데다가 가격까지 2배 이상 올라버렸다. 일반 소비자는 아예 PC 구매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또 하나는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 바로 반도체다.

    그래픽카드는 채굴 기능을 제거 또는 약화시킨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고, 가상 화폐의 가격이 진정 내지 보합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요 공급도 원활해질 것 같다. 그러나 반도체는 PC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자제품 등 모든 기반 산업에서 수요가 폭등했는데, 공급은 계속 부족하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생산 현장이 원활하지 않지만 PC는 이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장비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마냥 구매를 미룰 수만도 없다. 이런 상황을 악용한 상술이 기승을 부린다. 바로 PC에서 사람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 시장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CPU도 엄연히 반도체이며, PC를 사용할 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부품이다 보니 역수입이나 병행수입 제품이 온라인 가판대 위에 올랐다. 겉으로 봐서는 똑같다. 바로 이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고장 나지 않는 CPU? CPU도 고장 난다

    많은 사용자가 고장 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 CPU. 하지만 CPU도 고장이 발생한다. 오늘날처럼 제조 공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클럭 주파수가 상승할수록 고장에 대한 확률은 당연히 높아진다. 여기에 더해 요즘은 오버클럭 전용 제품도 다수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이 손상될 확률도 과거 대비 높다.

    정품 CPU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정품을 구매할 경우 고장에 대한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 보급형 마우스 정도라면 모를까 고장이 났다고 쉽게 새로 사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사실 요즘은 워낙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비정품과 정품 사이의 가격 간극도 그다지 크지 않다.

    #가짜 CPU 버젓이 유통… 커지는 불안감

    국내 공공 기관의 99%가 사용하는 인텔 프로세서의 경우 정품, 벌크, 병행 수입 등으로 나뉜다. 물론 벌크 및 병행 수입이 분명 모두 가짜 제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비록 1년밖에 안 되지만, 시리얼 넘버가 확인되는 벌크 CPU는 A/S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과 작년만 해도 히트 스프레이 교체를 통해 비싼 제품으로 둔갑시키는 제품이 나타났고, 아예 코어가 없는 제품이 버젓이 시중에 유통돼 소비자를 농락하는 사태가 있었다. 당연히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품 상세 페이지에는 멀쩡한 사진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받아보기 전까지는 진품 여부를 알 길이 없고, 점차 가짜도 정교하게 제작되어 초보자의 경우 육안으로 알아보기 어렵다.

    코로나에 반도체 이슈까지 더해지니 이런 가짜 CPU 문제는 더욱 기승을 부릴 공산이 크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인텍앤컴퍼니, 코잇, 피씨디렉트 이렇게 3개 회사가 인텔 정품을 취급하는 공인 대리점으로 등록됐다. 공인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적어도 보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단 3년의 A/S 기간을 보장한다. CPU의 공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정교해질수록 이 A/S 혜택을 절대 무시할 것이 못 된다. 올해는 7 나노미터 공정의 인텔 12세대, 5 나노미터 공정의 Zen4 등이 출시될 예정인데, 성능의 개선만큼 고장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그럼에도 인텔이든 AMD든 CPU의 고장률이 다른 부품에 비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정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중고를 선택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다. 주의할 점은 제품만 구하면 안 되고, 정품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는지와 A/S의 잔여기간이 남아있는지 확인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품 스티커와 A/S 기간만 남아있다면 첫 구매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패트릭 겔싱어 인텔 CEO는 반도체 공급 이슈가 2년 정도 더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다.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기울면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가짜 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수요가 몰리는 곳에는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판매자가 등장한다. 어느 때보다 정품 CPU를 구매해 자신의 PC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PC 없이 하루도 살기 어려운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