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무결하다 믿기 쉬운 CPU PC 고장 원인 의심해야할 이유
    등록일 2018.05.29 | 조회수 1410
  • 이미지 출처 : NASA, Image of the Day

    세상에 완전무결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할 것 같은 태양도 약 78억년 후면 최후를 맞이하고, 우리 우주도 언젠가 모든 활동이 중지되거나 산산조작으로 찢어지는 방식의 종말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만물의 유한성을 IT 기기의 고장으로 자주, 쉽게 접한다.

    우리 일상 생활과 떼 놓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중요한 자료를 품고 있는 PC도 그 중 하나로, 당장 구매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실 사용 과정에서 갑자기  부팅이 되지 않거나 화면이 안나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때문에, 제품별로 무상 보증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 내에 일반적인 사용 중 발생한 고장에 대해서는 무상 수리/ 교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품이나 제조사별 차이는 있지만 보통 1년에서 5년 사이의 무상 보증을 지원하는데, 인텔 정품 CPU의 경우 3년 보증 기간이 지원된다.

    하지만 이러한 무상 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어떤 제품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고, PC 고장시 그래픽 카드, 메모리, SSD/ HDD, 메인보드를 주 용의선상에 떠올린다.

    하지만 CPU는 무심코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허탈해지기 쉬운데, 이번 기사에서는 PC 고장과 관련된 CPU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PC 고장 원인, 놓치기 쉬운 용의자의 이름은 CPU

    PC 고장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메인보드와 메모리, 그래픽 카드, 스토리지, CPU, USB, 디스플레이, 파워서플라이 등 여러가지 컴포넌트가 결합된 만큼 각 부품의 조합이 서로에 영향을 끼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보이는 증상에 따라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다.

    일례로 모니터 화면이 나오지 않으면 그래픽 카드나 모니터 또는 DVI/ HDMI/ DP 케이블, 부팅이 되지 않으면 HDD나 SSD와 SATA 케이블 또는 메인보드 커넥터, 시스템이 아예 켜지지도 않는다면 전원 공급기나 메인보드, 또는 CPU를 의심하고, 갑작스런 재부팅이나 블루 스크린등이 뜬다면 메모리를 의심할 수 있다.

    이처럼 PC 고장은 각 증상에 대응하는 부품이 명확해서 A/S 센터를 통해 수리나 교체하거나, 해당 부품을 교체하거나 접촉부 청소 후 재설치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번 부품을 교체하고 운영체제와 드라이버를 다시 설치해도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그저 부품간의 '궁합'이나 '수명'을 탓하며 포기하기 십상인데, 이럴 때는 마지막으로 CPU 불량을 의심해보자.

     

    왜 해결되지 않는 PC 고장의 용의자로 CPU를 의심해야 할까?

    CPU가 사람의 두뇌에 비견되는 만큼, PC내 모든 컴포넌트 제어와 작업에 CPU가 관여한다는 원론적인 이유도 있지만, 최신 CPU는 단순히 '일'만 하던 단순한 칩이 아니기 때문이다.

    8년 전만 해도 메인보드에 노스 브릿지와 사우스 브릿지라는 두 개의 칩셋이 필요했지만, 성능 개선 과정에서 노스 브릿지에 내장되었던 메모리 컨트로럴와 PCIe Lane, 그래픽 코어가 CPU에 통합되었다.

    위 사진은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커피레이크의 실제 구조로 붉은색 박스 안에 6코어 CPU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전체 CPU 구성 중 실제 CPU 코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외 부분은 메모리 컨트롤러와 그래픽 코어, 메인보드 칩셋의 제어 등을 위한 시스템 에이전트 등의 언코어 부분이 차지하고 있는데, 단순히 면적 비율로만 따지면 CPU의 '코어' 관련 불량 발생 가능성 만큼이나 메모리, 그래픽 카드, 스토리지 등 여타 시스템 문제 또한 CPU가 원인일 수 있다.

     

    기능 통합으로 복잡해진 CPU, 사후 지원의 중요성 높아져

    인텔의 이러한 CPU 구조는 1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시험적으로 도입되었고, 2011년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샌디브릿지에서 완성되었다. 즉, 그동안 수십년간의 PC 구조가 변경된지 이제 10년도 되지 않은지라 PC가 아예 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CPU 고장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CPU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칩으로 각인되었기에 구조상 그래픽 카드나 메인보드, 스토리지 장비보다 고장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아 사용자들이 CPU 고장을 의심하기 쉽지 않다.

    멀쩡하던 PC가 다음날 켜지지 않는다거나 PC 사용 중 전원이 꺼지는 등, 전통적이라면 전통적인 CPU 고장 의심 증상은 물론이고, 메모리 컨트롤러가 노스 브릿지에 통합되었던 시절에는 매우 높은 확률로 메모리와 메인보드만 의심하면 되었던 블루 스크린이나 원인 불명의 재부팅, 모니터가 켜지지 않는 이유도 그래픽 카드나 케이블, 모니터 문제가 아니라 CPU 불량이 원인일 수 있다.

     

    CPU 발전에 따라 담당하는 역할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PC 고장 증상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인데, PC 사용자도 '고장없는' CPU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사후 지원에 대해서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한가지 알아둘 것은 CPU는 공식 수입사를 통해 정식 유통되는 제품을 포함해 트레이 제품과 병행수입 등 유통 경로가 다른 제품이 판매 중이다. 트레이 제품은 그나마 보증 기간이 짧은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병행 수입 제품은 CPU 고장 발생시 국내 수입사 파악부터 난관에 부딪치기 쉽고, 어떤 A/S 정책을 펼치는지 파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인텔 CPU를 예를 들자면, 국내 정식 유통사인 인텍앤컴퍼니와 피씨디렉트, 코잇을 통해 국내 출시 중인 정품 CPU 구매자는 3년의 보증 기간과 AS 기간 내 해당 모델 단종시 동급의 최신 모델 교체, PC 문제에 대한 원격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병행 수입 제품은 이러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통 3일, 늦어도 일주일이면 서비스가 완료를 기대할 수 있는 정품 제품과 달리, 병행 수입이나 해외 직구 제품의 경우 국내에서 정식 유통사를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해외 RMA 배송비와 근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개인용 CPU는 고성능/ 다기능을 추구하면서 갈수록 설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그만큼 고장날 확률도 높아진다. NASA의 우주 탐사선에 구형 저성능 CPU가 쓰이고, AK47이 자동소총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것도 그만큼 단순한데서 오는 신뢰성 덕이 크다.

    복잡해지는 만큼 불량과 고장 최소화를 위한 대비도 이뤄지지만 CPU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제품을 근본적으로 완전무결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제조사는 무상 보증 기간을 명시하고 정식 유통사를 통해 병행 수입사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PC의 이상 동작이 이런 저런 조치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맹목적인 믿음을 버리고 CPU도 의심해보자.